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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모음

순망치한 뜻과 유래 - 니모의 집은 어디일까요?

 

순망치한 - 니모와 아빠 말린이 말미잘 집에서 나오는 모습
순망치한 - 니모와 아빠 말린이 말미잘 집에서 나오는 모습 (출처:네이버)

 

오늘은 사자성어 순망치한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는 귀여운 물고기 니모와 아빠 말린의 대모험을 그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초반에 니모와 아빠가 살고 있는 바닷 속 집이 나오는데 바람에 날리듯이 하늘 하늘 거리는 것, 바로 말미잘입니다. 그런데, 사실 말미잘은 정말 무서운 녀석인데요. 이미지를 보면 바닷속에 사는 화려한 식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말미잘은 바닷속 생물을 잡아 먹고 사는 엄연한 동물입니다. 길다랗게 하늘 거리는 독을 가진 촉수로 플랑크톤이나 새우, 게, 물고기 등을 잡아 먹고 사는데, 다 자란 말미잘은 꽤 커다란 물고기도 잡아 먹는다고 합니다.

 

그럼 니모랑 아빠 말린은 어떻게 무서운 말미잘에서 살 수 있는 걸까요?

니모의 정식 이름은 흰동가리인데 이 물고기들은 말미잘의 촉수에 있는 독에 면역되어 있어 안전합니다. 흰동가리는 주로 말미잘 촉수 사이에서 살며 그 안에 알도 낳는 등 말미잘과는 거의 평생을 함께 합니다. 또한, 말미잘은 흰동가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대가로 멋진 이득을 취한답니다. 흰동가리는 자신을 공격하는 물고기들을 피해 말미잘의 촉수 안으로 숨는데 아무 생각없이 흰동가리만 쫓던 물고기들은 말미잘의 촉수에 있는 독에 쏘여 말미잘에게 잡아 먹히게 됩니다. 이렇게 흰동가리와 말미잘의 공생관계처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바로 순망치한이라고 합니다.

 

 

순망치한 한자와 한글
순망치한 한자와 한글

 

순망치한 뜻

사자성어 순망치한은 한자어로 脣(입술 순), 亡(잃을 망), 齒(이 치), 寒(찰 한)이라고 쓰는데, 그대로 해석하면 '입술을 잃으면 이가 차갑게 시리다.'가 됩니다. 깊은 뜻은 '서로 의지하여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흰동가리와 말미잘이나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한쪽도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순망치한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흰동가리에게 말미잘이 없다면 흰동가리는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말미잘 또한 흰동가리가 유인해주지 않으면 먹이를 찾기 어려워 금새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바다는 육지보다도 더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도와주는 동반자가 있다면 그 자체로 좀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인간 세상에서의 순망치한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첫 번째, 가정이 바로 순망치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부부가 이혼하여 엄마나 아빠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아이는 상당히 정서적으로 불안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 확률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화목한 가정은 감사와 사랑이 넘쳐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감싸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공동체를 만들게 됩니다.

 

두 번째, 국가와 국민을 순망치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란 애초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국가는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보호해 줘야 하고, 국민은 각자의 의무를 다하여 국가가 강해지고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바로 회사와 직원의 관계를 들 수 있습니다. 직원을 마치 한번 쓰고 버리는 배터리나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회사가 과연 제대로 된 직원을 구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능력을 200% 발휘하고 거기에 주인의식으로 중무장한 최고의 직원이 애초에 그런 회사에 다니고 싶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논쟁할 필요 없이 회사는 직원에게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과 복지를 마련해 주고, 동시에 직원은 회사가 계속 유지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윈윈관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한쪽이 먼저 손을 놔버리면 서로 손해볼 수 밖에 없는 순망치한의 관계가 바로 회사와 직원의 관계입니다.

 

순망치한 비슷한 말

  • 순치지국(脣齒之國) : 입술과 이의 사이와 같이 밀접한 이해관계의 두 나라를 의미함.
  • 순치보거(脣齒輔車) : 입술과 이, 덧방나무와 수레바퀴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돕는 관계를 의미함.

 

순망치한 유래

순망치한은 옛 중국의 역사서 춘추의 주석서인 '춘추좌씨전'에서 유래됩니다.

혼돈의 춘추시대의 말기, 강대국중에 하나였던 진나라의 헌공은 괵나라를 치기 위해 그 길목에 있는 우나라에 사신을 보냈습니다. 바로 괵나라를 치고자 하니 우나라의 길목을 잠시 빌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나라의 충성스런 신하 궁지기는 "괵나라는 바로 우리의 앞에 있는 나라입니다. 만약 진나라에게 괵나라가 무너지면 우리도 마찬가지 신세가 될 것입니다. 옛 말에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으니, 이는 곧 괵나라가 망하고 나면 진나라는 그 다음으로 우리를 노릴 것입니다."라며 결사 반대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나라의 왕은 궁지기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궁지기는 우나라의 운이 다한 것은 불길한 예감에 서둘러 우나라를 떠났습니다. 곧 진나라는 우나라의 양보로 괵나라를 정벌할 수 있었고¹, 돌아오는 길에는 우나라까지 공격하여 정복하게 되었습니다.

가도멸괵(假道滅虢)¹ :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망 시킨다는 뜻으로, 순망치한의 유래에서 함께 유래된 사자성어.

 

원래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수주대토처럼 당장 자신에게 돌아올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인생의 동반자나 오랜 파트너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신뢰'의 힘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서로를 의지하고 돕는 것. 오늘은 순망치한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